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메인 > MILU일기 > 오래전 내가 살았던 방을 바라보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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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평선저너머의 MILU일기
타이틀 오래전 내가 살았던 방을 바라보며   추천(9) 2010-11-02 09:20:28

 

 

오래전 내가 홀로 기거했던 아파트를 지나칠 때면

옛 애인의 전화번호가 바뀐 줄 뻔히 알면서 다이얼을 돌려보듯

그 방을 올려다 보곤 한다 밤새

불을 밝힌 채 누군가를 기다리며 술잔을 기울이던 그 방안의 나

그 생생했던 현실감을 텅빈 실루엣을 바라보다 그런 생각을 한다

얼마나 나를 떠나야 나를 만날 수 있는가

구겨진 회수권처럼 세운상가를 떠돌던 제복의 음울함이라든가

이태원 디스코텍 라이브러리의 사이키 불빛 아래

심해어처럼 발광(發光)하던 내 몸짓, 그 어느 순간도

나라는 현실감의 절정(絶頂)에서 비껴나 있어본 적이 없었으나

오늘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기껏 양파껍질처럼 벗겨져 사라져버린

무수한 내 현실감의 절정들을 추억하는 일일뿐


한사람을 사랑하여 죽음을 생각하던 고통

그 사람을 위해 아흔아홉편의 연시를 쓰던 손가락의 떨림도

이제는 내 것이 아니다

허물벗는 양파처럼 나는 나를 허물벗으며 간다

함부로 내뱉었던 숱한 사랑의 말들도

진실보다 거짓이 뜨겁게 진실했던 욕정도

청춘이 생의 전부인 양 늙음을 박대했던 한 시절도

벗어놓은 허물처럼 사라졌다


얼마나 나를 잃어야 나를 만날 수 있는가

나는 매일 나의 낭떠러지를 살고 있다

한발짝 걸음을 옮기면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

그 캄캄한 생의 허방 앞에서, 어제의 내가 그랬듯

한갓 양파껍질이 될 현실감의 절정을 붙잡고 뒹굴고 있는 것이다

그 껍질의 독한 향기에 취해

한때 저 방안에 살았던 헛것의 구체성을

살덩어리의 따스했던 감촉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



오래전 내가 살던 방을 바라보며 / 유하
카테고리:미설정 > 미설정
코멘트(9)
청명한가을하늘 2010-11-02 09:25:40  
11월둘째날 ㅊㅊㅊㄳ
허송세월 2010-11-02 09:26:06  
ㅊㅊㅊㅊㅊㅊ
o애정o 2010-11-02 09:36:34  
오늘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기껏 양파껍질처럼 벗겨져 사라져버린

무수한 내 현실감의 절정들을 추억하는 일일뿐............
해피데이
가시공주 2010-11-02 09:44:02  
ㅊㅊㅊ
포천사는버기 2010-11-02 10:33:00  
행복한 하루되세요~~~~~
천년만에핀물빛하늘 2010-11-02 10:43:33  
t=300>
天愛 2010-11-02 15:33:45  
天愛

안녕 하세요 반갑습니다

늘 머무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
건강 하세요~^^
소중한앙쿠미 2010-11-02 18:42:33  
즐거운 시간 보내세요~♡
구우♥ 2010-11-02 19:58:51  
행복한 하루되세요~~~~~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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